미니어처 용어와 스케일 정리: 1/144부터 28mm까지

첫 키트의 설명서를 펼치면 낯선 단어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런너에서 부품을 떼고, 게이트를 정리하고, 서페이서를 뿌리라는데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르면 그림만 보고 짐작하게 됩니다. 이 분야의 용어는 대부분 영어나 일본어에서 들어온 말이라, 뜻을 한 번 정리해 두면 설명서는 물론 강좌 영상과 외국 자료까지 훨씬 쉽게 읽힙니다.

이 글은 기본 구분, 1/144부터 28mm까지 스케일 표기 읽는 법, 조립·도색·수집 용어, 그리고 영어·일본어 자료를 찾아 읽는 요령을 정리합니다.

피규어·미니어처·프라모델·모형의 구분

  • 모형: 가장 넓은 말입니다. 실물이나 상상 속 대상을 줄이거나 본떠 만든 것을 모두 가리킵니다.
  • 프라모델: 플라스틱 모델 키트를 줄여 부르는 말로, 틀에 붙어 나온 플라스틱 부품을 떼어 조립하는 제품입니다. 건담 같은 로봇, 자동차, 비행기, 전차 키트가 대표적입니다.
  • 피규어: 사람이나 캐릭터의 형상을 만든 것입니다. 완성품을 모으는 경우가 많지만, 직접 다듬고 칠하는 레진 키트 형태도 있습니다.
  • 미니어처: 작게 만든 것 전반을 뜻하지만 분야마다 쓰임이 다릅니다. 테이블탑 게임에서는 게임용 인물·괴물 모형을, 미니어처 하우스에서는 작은 가구와 소품을 주로 가리킵니다.
  • 디오라마: 모형을 지형·배경과 함께 배치해 한 장면을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이 구분은 사전처럼 딱 나뉘지 않고 커뮤니티마다 조금씩 다르게 씁니다. 대략 무엇을 가리키는지만 알면 충분합니다. 분야별로 실제 어떤 작업을 하는지는 미니어처 취미 종류 정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스케일 표기 읽기

분수 스케일

1/35는 실물을 35분의 1로 줄였다는 뜻이고, 분모가 클수록 작아집니다. 키 175cm인 사람은 1/35에서 5cm 정도, 1/12에서 15cm 남짓이 됩니다. 스케일은 '얼마나 줄였는가'를 말할 뿐 '얼마나 큰가'를 말하지 않으므로, 같은 스케일이라도 대상이 크면 완성품도 큽니다. 대신 같은 스케일끼리는 비율이 맞아서 1/35 전차 옆에 1/35 인물을 세우면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mm 스케일

테이블탑 미니어처는 28mm, 32mm처럼 길이로 표기하는 관례가 있습니다. 사람 형상의 키를 기준으로 한 크기 감각인데, 발끝에서 눈높이까지를 재는지 머리끝까지를 재는지는 제조사마다 다르고, 손이나 무기를 실제 비율보다 크게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같은 28mm라도 제품끼리 크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분수로 바꾸면 대략 1/56에서 1/64 사이로 이야기되지만, 정확한 환산보다 실제 제품을 나란히 놓고 보는 쪽이 확실합니다.

철도 모형의 게이지

철도 모형은 선로 폭을 기준으로 한 N, HO 같은 게이지 이름을 씁니다. N은 대체로 1/150~1/160, HO는 1/87 전후인데, 같은 게이지라도 나라와 제품에 따라 차량 축척이 조금씩 다릅니다.

분야별로 자주 쓰이는 스케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 관례적인 경향이며, 함선의 1/700처럼 표에 없는 스케일도 많이 쓰입니다.

스케일많이 쓰이는 분야크기 감각
1/144로봇 키트, 일부 항공기로봇 키트는 대체로 손바닥 길이 안팎
1/100로봇 키트의 한 단계 큰 크기1/144보다 눈에 띄게 크고 내부 구조 재현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음
1/72항공기, 소형 전차, 보병 세트전투기가 대체로 한 뼘 안팎
1/48항공기같은 기체가 1/72의 1.5배 크기
1/35전차·장갑차, 군인 인형사람 형상이 5cm 정도, 전차는 대체로 20cm 안팎
1/24자동차승용차가 대체로 20cm 안팎
1/12미니어처 하우스, 오토바이, 큰 피규어사람 형상이 15cm 남짓, 소품을 손끝으로 집을 크기
28~32mm테이블탑 게임 미니어처사람 형상이 대략 3cm 안팎

조립 용어

부품과 틀

  • 런너: 부품이 붙어 있는 플라스틱 틀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스프루라고도 합니다. 설명서에서는 런너마다 A, B 같은 기호가, 부품마다 번호가 붙습니다.
  • 게이트: 런너와 부품을 잇는 가는 연결부입니다. 잘라 낸 뒤 남는 돌기가 게이트 자국이고, 이를 다듬는 일을 게이트 처리라고 합니다.
  • 폴리캡: 관절에 들어가는 부드러운 재질의 부품입니다. 폴리캡 없이 플라스틱 관절만으로 만든 키트도 있습니다.
  • 에칭 부품: 얇은 금속판을 가공한 정밀 부품으로, 그물망이나 난간처럼 플라스틱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곳에 쓰입니다.

조립 방식

  • 스냅핏: 접착제 없이 끼워 맞추는 조립 방식입니다.
  • 색 분할: 색깔별로 부품을 나눈 설계로, 칠하지 않아도 여러 색으로 완성됩니다.
  • 가조립: 접착하거나 끝까지 끼우기 전에 맞춰 보는 것입니다. 도색 전 형태 확인용 임시 조립도 같은 말로 부릅니다.
  • 무도색 조립: 칠하지 않고 조립만으로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표면 상태

  • 접합선: 두 부품을 맞붙인 자리에 생기는 선입니다. 원래 디자인에 없는 접합선은 접착제와 사포로 지우기도 합니다.
  • 단차: 맞닿은 두 면의 높이가 어긋난 상태입니다.
  • 파팅 라인: 금형의 경계를 따라 표면에 생긴 가는 선입니다.
  • 수축 자국: 두꺼운 부분이 식으면서 살짝 꺼진 자리입니다.
  • 이형제: 성형한 부품이 틀에서 잘 빠지게 하는 물질입니다. 표면에 남으면 도료가 밀릴 수 있어, 레진 키트는 칠하기 전에 중성세제로 씻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백화: 플라스틱이 휘거나 무리하게 잘린 자리가 하얗게 변하는 현상입니다. 도색에서는 습한 날 도막이 뿌옇게 되는 현상도 같은 말로 부르니 문맥으로 구분하세요.

니퍼 쓰는 법과 게이트 처리 요령은 프라모델 조립 기본기에서 따로 다룹니다.

도색·마감 용어

  • 서페이서: 도색 전에 뿌리는 바탕 도료입니다. 표면 색을 고르게 하고 작은 흠을 드러내며 윗층 도료가 잘 붙게 돕습니다.
  • 프라이머: 밀착을 돕는 바탕제로, 금속이나 레진처럼 도료가 잘 붙지 않는 재질에 먼저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 먹선: 표면의 파인 선에 어두운 색을 넣어 윤곽을 또렷하게 하는 작업입니다.
  • 워시: 묽게 탄 도료를 넓게 발라 틈과 오목한 곳에 음영을 남기는 기법입니다.
  • 드라이브러싱: 붓의 도료를 거의 닦아 낸 뒤 튀어나온 모서리를 스치듯 문질러 밝게 하는 기법입니다.
  • 웨더링: 먼지, 흙, 녹, 기름때 같은 사용감과 세월을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 마스킹: 칠하지 않을 부분을 테이프 등으로 가리는 일입니다.
  • 톱코트: 마지막에 뿌리는 투명 마감제로, 유광·반광·무광으로 광택을 정하고 표면을 보호합니다.
  • 데칼: 물에 적셔 옮겨 붙이는 얇은 전사지로, 스티커보다 얇아 표면에 잘 밀착됩니다.

도료는 크게 수성, 래커, 에나멜 계열로 나뉘며 계열마다 희석제와 냄새, 마르는 시간이 다릅니다. 다른 계열을 겹쳐 칠하면 아래층이 녹을 수 있으니 순서는 라벨과 설명을 확인하세요.

수집 용어

  • 완성품: 조립과 도색이 끝난 상태로 판매되는 제품입니다.
  • 가동: 관절이 움직여 포즈를 바꿀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고정 자세로 만든 제품은 흔히 스태추라고 부릅니다.
  • 재판: 판매가 끝났던 제품을 다시 생산한 것입니다. 대체로 내용은 같지만 구성이 바뀌기도 합니다.
  • 한정: 기간, 수량, 판매 경로 가운데 하나 이상이 제한된 제품입니다.
  • 미개봉: 포장을 연 적이 없는 상태입니다. 상자는 열었지만 런너를 그대로 둔 상태는 미조립이라고 따로 쓰는 경우가 많으니 중고 거래에서는 두 표기를 구분하세요.

이런 표기를 상자와 판매 페이지에서 확인하는 방법은 첫 키트 고르는 법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영어·일본어 자료 찾아 읽기

특정 도색 기법이나 키트 제작 과정처럼 한국어 자료가 적은 주제는 영어나 일본어로 검색하면 훨씬 많은 결과가 나옵니다. 문장을 다 읽지 못해도 용어만 알면 사진과 순서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 영어: panel lining(먹선), dry brushing(드라이브러싱), weathering(웨더링), wash(워시), seam line removal(접합선 지우기), dry fit(가조립), out of the box(개조 없이 설명서대로 조립)
  • 일본어: 素組み(개조·도색 없이 조립), 墨入れ(먹선), ゲート処理(게이트 처리), 合わせ目消し(접합선 지우기), 部分塗装(부분 도색), 筆塗り(붓 도색)
  1. 용어는 번역하지 말고 원문 그대로 검색하세요. 墨入れ가 '잉크 넣기'로 옮겨지는 식으로 모형 용어는 엉뚱하게 번역되기 쉽습니다.
  2. 긴 글은 문단 단위로 끊어 번역하면 문맥이 덜 틀어집니다.
  3. 설명서나 도료 라벨은 사진을 찍어 이미지 번역 기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의 문구는 번역 결과만 믿지 말고 기호와 그림을 함께 보세요.
  4. 번역이 애매한 단어는 이미지 검색을 해 보면 무엇을 가리키는지 바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명서 기호와 책으로 공부하기

설명서는 그림과 기호로 대부분의 정보를 전달합니다. 기호 모양은 제조사마다 다르지만 담는 내용은 비슷하니 첫 페이지의 기호 설명부터 읽는 습관을 들이세요. 자주 나오는 기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접착하라는 표시와 접착하지 말라는 표시
  • 같은 부품이나 덩어리를 두 개 만들라는 표시
  • 좌우를 구분하는 L, R 표시
  • 잘라 내거나 구멍을 뚫으라는 표시, 쓰지 않는 부품 표시
  • 칠할 색, 스티커와 데칼 번호, 선택 부품과 주의 표시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입문서도 도움이 됩니다. 과정 사진이 많고 한 기법을 여러 단계로 나눠 보여 주는 책, 자신이 고른 분야를 다루는 책을 고르세요. 도구와 재료는 계속 바뀌니 출간 시기도 확인하는 것이 좋고, 도서관에서 먼저 훑어보면 설명 방식이 맞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새로 알게 된 용어를 공책에 적어 자신만의 용어집을 만들어 두면 다음 설명서가 훨씬 빨리 읽힙니다.

자주 묻는 질문

1/144와 1/100 가운데 어느 쪽이 쉬운가요?

스케일만으로는 정할 수 없습니다. 큰 스케일은 부품이 커서 다루기 편한 대신 부품 수와 내부 구조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고, 작은 스케일은 부품이 적은 대신 작은 부품을 다뤄야 합니다. 같은 스케일 안에서도 키트마다 난이도가 다르니 부품 구성과 조립 방식을 함께 보세요.

28mm 미니어처와 1/35 인물을 한 장면에 써도 되나요?

사람 형상의 크기 차이가 꽤 나서 나란히 두면 어색해 보이기 쉽습니다. 1/35 인물은 5cm 안팎이고 28mm 미니어처는 그보다 작습니다. 한 장면에서는 같은 스케일끼리 맞추는 것이 기본이고, 섞어야 한다면 실제 제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세요.

서페이서와 프라이머는 같은 것인가요?

역할이 겹치지만 무게중심이 다릅니다. 프라이머는 도료가 재질에 잘 붙게 하는 데, 서페이서는 표면을 고르게 하고 흠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두 기능을 함께 내세우는 제품도 있으니 라벨의 용도와 적합한 재질을 확인하세요.

용어를 다 외워야 시작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런너, 게이트, 가조립, 먹선 정도만 알아도 첫 작품을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설명서나 자료에서 마주칠 때마다 찾아보고 적어 두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집니다.

Powered By lompatjauh23.com